1. 산자의 장례식 내가 죽는 날에도 저렇게 모일까 최병우 詩 우리 서로 삶을 함께 한 긴 세월 동안 우리 삶의 나이만큼 늘어난 식구들이 이 세상에는 슬픔이란 없다던 그의 회갑 날에도 저 얼굴들이 저렇게 모여 있었다 낮설지 않은 황토 땅 밋밋한 산자락에 누워버린 장지 구슬픈 요령 소리도 긴 신음소리도 모두 저버린 땅 끝에 서서 나는 나보다 먼저 간 동서의 가는 길을 지켜보고 있었다 죽은 이 한 세상 산 이 한 세상이라더니 소리꾼도 조문객도 상주까지도 검은 산허리를 감고 솟구치는 모닥불처럼 왕성한 식욕은 소주잔을 핥고 입가에 미소까지 번지는 새까만 머리들 하얀 사락눈이 쌍히고 뺨에서 목덜리로 스며들며 뜨거운 체온으로 소멸되고 있었다 나는 새 봉우리 위에 쌓여 가는 흰 봉우리를 바라보며 내가 죽는 날에도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