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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가지는 인간 최고(最古)의 잣대

Jeff Lee 2007. 3. 22. 08:00
2007. 3, 22. www.epolitics.or.kr에서 펌

▒ 이 손가락이 몇 개입니까?

정치는 말(言)로 하는 것이라 할 정도로 '정치인의 말'은 대단히 중요하다. 컨텐츠나 인간성과는 무관하게 그저 입다물고 '미소만 지으면서' 얼굴만 내밀어도 어필하는 정치인이 있기도 하다.^^

암튼, 정치인의 현재의 말은 항상 과거의 말과 비교되며 '살아온 이력'으로 기록된다. 한 인간의 말(言)의 기록이 '인생'이요, '삶' 그 자체라고 말하기도 한다.

누군가 손가락 세 개를 펴보이며 정치인에게 물었다.
"이 손가락이 몇 개요?"
정치인은 과연 뭐라고 대답할까?
"한 개보다는 많고, 다섯 개보다는 적다!"

아마도 대부분의 정치인은 "세 개" 또는 "3"이라고 정확히 즉답하지 않을 것이라고 흔히들 말한다. 맞다! 정치인이 즉답을 하지않으리라는 것에 저도 동의한다. 그저 단적인 예를 든 것뿐이지만^^

정치인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훗날에 빠져나갈 '뒷구멍'이나 핑게꺼리의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서 일것이다. 좋게봐주자면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않겠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싶다.이런 행태가 정치인이 비난받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허구헌날 자기 살 궁리부터한다고, 그래서 애매한 말버릇이 생활화되었다고....
사실, 기자나 국민들의 궁금증에 대해서 빙빙 둘러가며 즉답을 피하지않고 시원시원하게 답변하는 정치인은 '초짜'라는 소릴 듣기도 할 정도로 정치인의 동문서답, 선문답은 일반화되어있다. 한마디로 국민들은 정치인의 두루뭉스르한 말에 진저리가 나있는 상황이다.


▒ 3이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들?

한 때는 우리는 제발 "세 개요!" "3"이라고 명쾌하게 말할 수 있는 정치인을 고대했다.
그런 정치인이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고 보면 우리 정치도 많이 발전했다고 인정하고 싶은 측면도 있다.

그런데.....최근에는
"세 개는 아니다!" "3"은 아니라고 외쳐대는 정치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린가? 이건 말이 아니라 그저 소리일 뿐이다.

햇볕정책을 '퍼주기 정책' '좌파정책' '빨갱이 정책'이라고 공격하면서 대북 평화번영정책을 강력하게 반대했던 사람들이, 이제와서는 '우리가 진품 평화번영정책이고, 짝퉁 평화정책을 폈던 놈들이 니들이야!'라고 황당한 소리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짖어대고 있다.
불과 4개월 전까지만 해도 '국지전 감수' '전쟁불사'를 주장하면서 대북 평화번영정책을 반대했던 사람들이다.  상황이 바뀌고, 세월이 흘렀으니 말을 바꿀 수 있으리라!

"너는 세 개라고 했는데...니말이 맞는 것 같다. 맞아! 3이야!"

그렇게 인정하면 되는 것 아닌가?
3이 아니라고 주장했던 것에 대해서 사과하고 반성하라고까지 강요하지 않겠다.
다만, '니가 말한 3이 맞다'고 인정하면 될 일이다.
근데, 이 황당한 사람들이
"니가 언제 세 개. 3이라고 했냐? 너는 새 개, 3이라고 했어!
너는 짝퉁 3이야!  정확히 세 개, 3이라고 말한 사람은 나였지!!"
라고 우기면서
진품 3이라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한 개보다 많고, 열 개보다는 적다"고 말했던 무책임한 사람들보다, "3개는 절대 아니야!"라고 했던 사람들이....
자기가 주장하지도 않았던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야 국민들이 알아보겠지만
정작 '3'을 말했던 사실까지 폄훼하고 비난하고 왜곡하는 것은 어디서 배운 초식인지??

이런 경우에 나는 '싸가지없는 정치인'이라고 말하곤 한다.


▒ '싸가지'는 인간을 판단하는 최고(最古)의 잣대?

나는 요즘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말(言)도 중요하고, 외모(이미지)도 중요하다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싸가지"라고 생각한다.
35공 잔당들처럼 싸가지없는 정치인이 최근에 부쩍 늘었다. 그래서 국민들의 짜증이 늘고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은 평화번영정책이다"

얼마전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얼짱이며, 말잘하기로 소문한 나경원 대변인이 공식 논평에서 한 말이다.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을 다 뒤져봐도 대북정책에 있어서 그런 단어는 없다.

그래, 늦게나마 열린우리당과 국민의정부,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햇볕정책, 평화번영정책'이 옳다. 남북화해 협력을 위해서 그런 방향의 대북정책이 맞다고 인정해 주면 될 일이다.
근데, 나경원 선수가 황당한 태클을 걸어온다.(한나라당의 전반적인 기류를 반영하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열린우리당의 대북정책은 짱퉁이라고...."

하~ 나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화가 났다.

"저렇게 싸가지없게 짖는 소리에 댓구를 해야하나?"

[1173773593] - 한나라당의 정강정책이 '평화번영정책'이라고?


P.S.
<여적> 싸가지
[경향신문]2006-01-06 45 판 26 면 991 자

인류 최초의 동굴벽화에 그려진 것을 해독하면 "요즘 얘들은 싸가지가 없어"가 될 것이라고 한다. 실로 싸가지는 사람을 판단하는 최고(最古)의 잣대인 셈이다.

'싸가지'는 본래 전라도 방언이다. '싹'에 어리다는 의미의 '아지'(송아지의 아지)가 붙어 생긴 말이다. 표준어로는 '싹수'쯤 된다. 하지만 '싹수가 없다'와 '싸가지가 없다'의 뉘앙스는 차가 완연하다. 싹수가 장래성에, 싸가지는 현재의 행태.품성에 보다 무게가 두어지기 때문이다. '싹수 없다'고 하면 그러려니 넘어가겠지만, '싸가지 없다'고 하면 즉각 얼굴을 붉히게 되는 소이다.

(본문에 사용한 '싸가지'는 특정인을 비하하기 위한 비속어가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