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11
1#
주말에 딸과 함께 과천 서울대공원에 다녀왔다.
대공원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지하철 4호선을 타기로 했다.
4호선 대공원역 2번출구를 통해서 개찰구를 지나 계단으로 막 내려가던 순간, 할아버지 한분이 '어이쿠'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앞으로 넘어졌다.
산행을 다녀오신 듯한 복장에 등산용 스틱도 들고 계셨지만 등산화가 바닥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미끄럼방지 타일에 걸려서 정면으로 넘어지셨다.
주위에 있던 분들이 달려가 일으켜세우려고 했지만 몸을 뒤척일 뿐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 상황이었다. 일행도 없는 듯 했다.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놀란 딸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당황해하는 주위분들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우선, 몇몇 사람들이 넘어진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나는 얼른 막아섰다. 목이나 허리 등을 다쳤을 경우에 무리하게 일으켜세우는 것은 자칫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때문이다. 우선, '누가 지하철 역무원에게 신고 좀 해달라'고 소리를 친 후, 할아버지 몸을 옆으로 돌려 바로 눕혀서 기도를 개방했다. 다행히 맥박도, 호흡도 정상이었다. (대학 때 배운 응급처치법에 따른 조치이기도 했지만, 모 방송사의 '위기탈출'어쩌구하는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도 있다^^)
그리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생각보다 빨리 피드백이 왔다.
지하철 역무원에게 알리더라도 119구급대가 와야 전문적인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할아버지는 의식은 있었지만 움직이는 것은 꺼려하는 듯하기도 하고, 실제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듯 하기도 했다. 몇마디 말을 걸어서 가물한 의식을 깨우고, 크게 다친것은 아닌 것같다고 안심을 시켰다. 구급대가 금방 올테니까 그대로 누워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잠시후 공익근무요원 두명이 달려왔다.
달리 다른 조치를 할 수 없는 것은 공익요원도 마찬가지였다.
세 살 짜리 딸아이는 아빠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랜 듯 했다.
119구급대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서 자리를 떴다.
2#
전문구조요원이나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구급활동에서 '할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섰다가' 2차 부상(무리하게 일으켜 세우려다가 목이나 허리 등이 다치는 경우)이 발생해서 할아버지가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만약 할아버지가 의식이 없어서 인공호흡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면?
손해배상 등이 우려되어 아무도 119구급대에 전화를 하지 않고 수수방관만 한다면?
참 살벌한 세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않다. 구호활동을 하고도 손해배상을 해야하는 상황도 있다.
암튼, 이번 경험을 통해서 국회에 계류 중인 '구호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일명, 선한 사마리아법)' 제정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됐다.
구호자가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피구호자에게 피해를 준 경우 오히려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등 민형사상의 어려움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구호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구호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관하여 민형사책임을 감면해 주도록하고, 응급처치술의 교육 보급활동 등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는 지난 2006년 6월 5일, 유인태 의원 등이 '구호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거쳐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Good Samaritan law)'이, 독일 등 유럽에서는 형법을 통하여 국민의 적극적인 구호의무를 부과하고 구호자에 대한 법적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법의 조속한 제정을 기대해 본다.
생활속에서 느낀 법 제정의 필요성이다. 법 발의한지 1년도 더 된 법을 방치하고 있다. 국회, 특히 법사위원회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P.S
이 포스팅을 쓰고 있는 지금, 한나라당 심재철 국해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통해서 악을 써대고 있다. 대정부질문하는 거야 자유지만 '소리지르고 악 좀 쓰지마라!' 마이크에 대고 악을 써대면, 듣는 국민은 짜증난다. 아~ 정말 짜증난다.
대체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법이나 제대로 만들면 되지, 무슨 정치공세에 매달리는지......87년 6월항쟁을 이야기한다. 심재철이?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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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딸과 함께 과천 서울대공원에 다녀왔다.
대공원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지하철 4호선을 타기로 했다.
4호선 대공원역 2번출구를 통해서 개찰구를 지나 계단으로 막 내려가던 순간, 할아버지 한분이 '어이쿠'하는 비명소리와 함께 앞으로 넘어졌다.
산행을 다녀오신 듯한 복장에 등산용 스틱도 들고 계셨지만 등산화가 바닥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미끄럼방지 타일에 걸려서 정면으로 넘어지셨다.
주위에 있던 분들이 달려가 일으켜세우려고 했지만 몸을 뒤척일 뿐 정신을 가다듬지 못한 상황이었다. 일행도 없는 듯 했다.
많은 분들이 있었기에 놀란 딸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당황해하는 주위분들을 보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우선, 몇몇 사람들이 넘어진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나는 얼른 막아섰다. 목이나 허리 등을 다쳤을 경우에 무리하게 일으켜세우는 것은 자칫 더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때문이다. 우선, '누가 지하철 역무원에게 신고 좀 해달라'고 소리를 친 후, 할아버지 몸을 옆으로 돌려 바로 눕혀서 기도를 개방했다. 다행히 맥박도, 호흡도 정상이었다. (대학 때 배운 응급처치법에 따른 조치이기도 했지만, 모 방송사의 '위기탈출'어쩌구하는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도 있다^^)

지하철 역무원에게 알리더라도 119구급대가 와야 전문적인 응급처치가 가능하다.
할아버지는 의식은 있었지만 움직이는 것은 꺼려하는 듯하기도 하고, 실제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듯 하기도 했다. 몇마디 말을 걸어서 가물한 의식을 깨우고, 크게 다친것은 아닌 것같다고 안심을 시켰다. 구급대가 금방 올테니까 그대로 누워계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잠시후 공익근무요원 두명이 달려왔다.
달리 다른 조치를 할 수 없는 것은 공익요원도 마찬가지였다.
세 살 짜리 딸아이는 아빠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놀랜 듯 했다.
119구급대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고서 자리를 떴다.
2#
전문구조요원이나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구급활동에서 '할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섰다가' 2차 부상(무리하게 일으켜 세우려다가 목이나 허리 등이 다치는 경우)이 발생해서 할아버지가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만약 할아버지가 의식이 없어서 인공호흡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면?
손해배상 등이 우려되어 아무도 119구급대에 전화를 하지 않고 수수방관만 한다면?
참 살벌한 세상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않다. 구호활동을 하고도 손해배상을 해야하는 상황도 있다.
암튼, 이번 경험을 통해서 국회에 계류 중인 '구호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일명, 선한 사마리아법)' 제정의 필요성을 새삼 느끼게 됐다.
구호자가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피구호자에게 피해를 준 경우 오히려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등 민형사상의 어려움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구호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구호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에 관하여 민형사책임을 감면해 주도록하고, 응급처치술의 교육 보급활동 등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다.
국회에는 지난 2006년 6월 5일, 유인태 의원 등이 '구호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를 거쳐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의 법(Good Samaritan law)'이, 독일 등 유럽에서는 형법을 통하여 국민의 적극적인 구호의무를 부과하고 구호자에 대한 법적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선한 사마리아법의 조속한 제정을 기대해 본다.
생활속에서 느낀 법 제정의 필요성이다. 법 발의한지 1년도 더 된 법을 방치하고 있다. 국회, 특히 법사위원회는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P.S
이 포스팅을 쓰고 있는 지금, 한나라당 심재철 국해의원이 대정부질문을 통해서 악을 써대고 있다. 대정부질문하는 거야 자유지만 '소리지르고 악 좀 쓰지마라!' 마이크에 대고 악을 써대면, 듣는 국민은 짜증난다. 아~ 정말 짜증난다.
대체 국회의원이 국민들에게 필요한 법이나 제대로 만들면 되지, 무슨 정치공세에 매달리는지......87년 6월항쟁을 이야기한다. 심재철이?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