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Data/Epolitics

기자는 가명을 사용할 수 있을까?

Jeff Lee 2007. 6. 2. 08:26
2007. 6. 1

#1.
엇그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하는 정당정책토론회 가 KBS에서 있었다.
2007/05/30 - 제1차 정당정책토론회 관전평- TV토론 삐딱하게 씹어보기

방송 큐사인이 임박해오면서
토론위원회 관계자가 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낯설은 얼굴을 발견한 토론위원회 관계자가 "누구시죠?"라고 물으며 "곧 생방송이 시작되니까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달라"는 요청을 했다.

낯설은 얼굴의 주인공은 KBS 김○○기자였던 것....ㅋㅋㅋ

"저 기잔데요?"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김○○기자입니다"
"방송에도 나오시나요? 처음 뵙는것 같아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관계자와 '평범한 이름'의 김 기자는 화해(?)를 했지만
친정에서 쫓겨날 뻔한 황당한 상황을 모면했던  김○○기자는 '평범한 이름'이 아쉬웠던 것 같다. 보도하는 기자보다는 이슈가 기억에 남다보니 그럴 수 있다. 어떤 기자가 보도를 했다는 사실보다는 'KBS뉴스에 나왔어..' 'MBC뉴스데스크에 나갔어'라는 식이다.

#2.
정치인들은 본인의 죽음을 알리는 부고를 제외하고는 어떤 식으로든 언론에 보도되어 인지도가 높아지는 것을 원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기자도 '평범한 이름'보다는 '특이한 이름'이 인지도 상승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특이한 이름의 대표적인 사례가 '김삼순'이겠지만
기자들 사이에는 '연보흠'이라는 이름이 또 하나의 사례일 것이다.
실명을 거론해서 죄송하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래전 일인 듯하다. 연보흠 기자가 어떤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쥐장이 직업이 뭐냐고 묻더란다. '기자'라고 했더니 쥔장도 '나도 아는 기자가 있다'고 하더란다.
누굴 아느냐고 했더니,
쥔장 왈 "연보흠!'이라고 했다는 것.
연보흠 왈 "어떻게 아시느냐?"
쥔장 왈 "MBC뉴스 연보흠입니다! 연.보.흠. 이름이 X같잖아~"

연보흠기자가 직접 겸험한 것인지, 다른 동료기자가 경험한 것인지 모르지만 이런 에피소드가 있다. 암튼, 기자의 인지도가 높으면 취재가 쉽다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3.
문득, '특이한 이름'으로 인지도가 높고 취재도 쉽게 할 수 있다면?
기자는 가명을 사용하면 안될까?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직감적으로는 언론사 입사 후에 '김○○'기자로 활동하다가 '김XX'기자로 가명을 쓰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언론사 입사때부터 특이한 가명을 만들어 '김XX'으로 사용한다면 무방하다고 생각된다. 법적 근거가 확인된 것은 아니라 그냥 '감'일 뿐이다.
물론, 출입증이나 해외취재 때는 고생 좀 하겠지만...^^

실제로 'KBS 김가림'기자의 본명은 '김지은'이었다. 아마 입사 때부터 '김가림'으로 양해를 받았을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KBS김가림 기자는?

언론고시를 준비하는 분들 참고하셔거, 한번 들어도 기억될 만한 멋진 가명부터 준비하시길.....뒤늦게 입사 후에 '자신의 가명을 보도'에 등장시키지 말고~

또한가지, '가능한 실명보도를 원칙으로 한다'는 보도윤리를 잊지말고 지켜줬으면 한다. 취재원보호와는 다른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에 의하면~'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여권 고위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런 비실명보도는 가능한 제한되어야 한다. '취재원보호' 명목으로 '비실명보도'를 남발하는 것은 곤란하다.
사실보도를 해야 할 신문지면과 방송뉴스에 '신길동 金 모(45세)씨' '평창동 李 모(50세, 여)'와 같은 '가명'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왜곡이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의 여론을 전달하는 경우, 정책 찬반반 보도를 할 때 실명보도를 해야하는 것 아닐까? (아파트값 폭등이니 할때는 반드시 '신혼부부'가 등장한다...^^)
'신길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 모씨'는 혹시 기자 스스로가 추구하는 가치를 대신 말해줄 수 있는 가공의 인물이 아닌지, 기자의 또다른 이름 '가명'은 아닌지 고민해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