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그날, 세상이 바뀌었다
2016년 3월,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당시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이세돌 9단의 대국이었죠. 결과는 4승 1패, 알파고의 압도적인 승리였습니다. 그 순간은 단순한 바둑 승부를 넘어, 인류에게 "AI가 이제 인간을 넘어설 수 있다"는 충격적인 신호탄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10년이 지난 오늘, 4월 29일,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다시 한국을 찾았습니다.
'구글 포 코리아 2026', 10년 만의 재회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구글 포 코리아 2026' 행사는 단순한 기업 행사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허사비스 CEO와 이세돌 9단이 10년 만에 한 무대에 올라 '알파고 10년, 모두를 위한 AI의 비전'을 주제로 특별 대담을 나눴기 때문입니다.
이세돌 9단은 당시를 회고하며 "AI는 이제 승부의 대상이 아닌, 인간을 돕는 도구"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현재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은 매일 아침 AI 프로그램 '카타고'로 훈련하며, AI가 추천하는 수를 통해 자신의 기력을 갈고 닦고 있습니다. AI는 바둑계를 '위협'한 게 아니라, 오히려 수백 년간 이어온 바둑의 통념을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셈입니다.
행사에서는 허사비스 CEO와 신진서 9단의 친선 대국도 진행됐으며, 한국기원은 허사비스 CEO에게 아마추어 7단증을 수여하는 뜻깊은 자리도 마련했습니다.
AI 협력의 새 장을 여는 한국 방문
허사비스 CEO의 이번 방한은 단순한 기념 행사 참석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방한 기간 동안 그는 한국 4대 그룹 총수들과 연쇄 회동을 갖고 AI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 AI 반도체 및 차세대 기술 협력
- SK그룹 최태원 회장 — HBM(고대역폭메모리) 파트너십 강화. 구글의 차세대 AI 반도체 TPU에 SK하이닉스의 HBM4E 탑재 검토
-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 로보택시 웨이모에 아이오닉5 공급 연장,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 협력
- LG그룹 구광모 회장 — AI 및 미래 기술 전반에 대한 협력 방안 논의
허사비스 CEO는 "5년 내 AGI(범용인공지능) 시대가 온다"고 언급하며 한국을 "AI의 최적 테스트베드"로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반도체 기술력, 제조업 역량, 빠른 디지털 수용성은 전 세계 AI 기업들이 주목하는 경쟁력입니다.
알파고 이후 10년, AI는 얼마나 진화했나
2016년 알파고가 충격을 준 후 AI 기술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발전했습니다. 이세돌 9단은 최근 인터뷰에서 "에이전틱 AI는 알파고 같은 프로그램을 20~30분이면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텍스트, 이미지, 음성을 동시에 이해하는 멀티모달 AI,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피지컬 AI'가 현실이 된 것입니다.
구글 딥마인드 역시 이제 바둑을 넘어 단백질 구조 예측(알파폴드), 신약 개발, 기후 과학, 로보틱스 등 인류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는 데 AI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마무리 — 인간과 AI, 함께 두는 다음 수
10년 전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거둔 1승은 지금도 AI를 상대로 인간이 거둔 유일한 공식 승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1승의 의미는 '인간이 AI를 이겼다'가 아니라, '인간과 AI가 서로에게서 배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아닐까요.
오늘 허사비스와 이세돌의 재회가 보여주듯, AI와 인간의 관계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위협에서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AI가 인류와 함께 두는 '다음 수'가 어떤 모양일지 기대됩니다.